[나이]
26
[직업]
인플루언서
[신장 / 체중]
168 cm / 52 kg
ⓐ이상주의 / ⓑ우유부단 /ⓒ 관심종자
[ 안녕하세요, 무라가키님! 저는 US엔터테이먼트 신인 채용 담당자 하루키라고 합니다. ( ु ´͈ ᵕ `͈ )ु
다름이 아니라, 그동안 무라가키님의 계정을 오랫동안 팔로우하고 지켜본 결과, 기획 중인 4인조 아이돌의 리더로 제격이신 것 같아 모시고 싶어 DM 드립니다. ദ്ദി・ᴗ・)✧ 자세한 사항은 회사에서 만나뵙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검토해보시고 긍정적인 회신 바랍니다. ┗(^o^ )┓三 ]
어느날 받은 한 통의 문자, 들뜬 마음에 곧바로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유명하진 않지만 이름을 들으면 알법한 아이돌 그룹이 두어 개 나온다. 꿈꿔 왔던 순간이다. 늦었다고 손가락질하던 바보들 코를 납작 눌러줄 일생일대 기회다.
[무라가키 입니다-! ヾ(´ε`*)ゝ 회사 위치는 어디인가요? 준비물이 있나요? 에- 그러니까 이를테면 장기자랑 같은…. ]
[신분증과 통장 사본, 인감을 준비해 주세요. (´▽` ʃƪ)♡ 위치는 …. ]
긴장으로 하룻밤을 꼴딱 세워 도착한 회사는 생각보다 낡았지만 상관없었다. 어쩐지 난 확신이 있었다. 몇 년만 지나면 이 건물을 번쩍번쩍 광이 나도록 바꿔줄 거다. 귀여운 여자로 상상했던 하루키씨는 키가 작고 왜소한 남자였다. 덜컹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의 대표실로 들어갔다. 대표라는 사람은 나를 보자마자 손을 맞잡고 귀재라고 해주었다. 이후 나눈 내용은 솔직히 잘 기억 나지 않는다. 트레이닝과 의상…. 매니저 비용…. 식대와 유류비…. 빨리 감기라도 하고 싶었다. 지겨운 어른의 대화가 오가고 나는 도장을 찍었다. 이후 몇 번의 송금이 있었다.
[연습은 언제 나오는 게 좋을까요?=͟͟͞͞\( ᐙ )/ 무라삐, 의욕 만땅입니다. (╯✧▽✧)╯ ]
[계속 스탠바이 하면 되나요? ヘ(゚∀゚*)ノ ]
[저, 하루키씨? 바쁘세요?]
연락 두절인 채로 시간이 한참 흐른다. 내가 데뷔금 명목으로 송금한 돈은 천만엔. 대출과 부모님 목돈 일부를 슬쩍해 간신히 채운 액수다. 점점 초조해진다. 인터넷을 뒤져본다. 이전에 봤던 소속사 홈페이지가 나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회사로 찾아간다. 오후 8시경이었다. 처음보는 남자 둘이 프론트에서 제지한다. 소란을 피우자 한참 후 대표실로 안내한다. 전보다 때깔이 좋아진 대표가 데뷔는 무산되었고, 데뷔금은 투자목적이었으므로 돌려줄 수 없다고 한다. 아뿔싸! 속았구나! 내 돈! 쫓겨나듯 건물 밖으로 밀려난 후에는 망연자실하여 주차장 골목에 하염없이 앉아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주차된 차를 가지러 들어선 대표를 보고 다짜고짜 멱살을 붙잡는다. 사기꾼! 돈 돌려줘! 떼어내려 용쓰는 대표에게 별안간 얻어맞는다. 이판사판이다, 마구잡이로 다투다가 체격 차로 밀리자 자신도 모르게 주변 벽돌을 집어 관자놀이에 쿵 찍어버리고 만다. 대표 머리에서 피가 나고 엎어지자 당황하여 자리를 뜬다.
[ ….]
[내 남편은 현재 의식불명인 채로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야. 전화를 받고 내가 데리러 가지 않았다면 죽었을지도 모르지. 차량 블랙박스로 당시 상황을 전부 녹화했다. 팔로워들에게 영상이 공개되는 것이 원치 않으면 오천만 엔을 추가로 송금해.]
초대 문자를 받기 불과 하루 전의 일이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파칭코에 인생을 걸어야 한다. 채비도 못하고 다급히 지정된 장소로 향한다. 돈을 마련해야한다. 대략 육천만 엔을….